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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울고 나도 울자

아드리두린맘 2021. 10. 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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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둘이되고 육아이야기는 정말 또 전혀 새롭다.
한명 키울때 고민하던 것들은 더이상 고민이 아닐만큼
둘을 키우니 둘사이에 내가 혼자 사랑을 어떻게 나눠주고, 표현과 시간을 쪼개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절실하다. 지혜 없이 맨땅에 해딩중인 아들둘 육아.
오늘 그래서 여지껏 중 the best day of hell 정도 되는 날이다.


-
남편이 출근하고 우리 셋만 남겨졌다.
하루종일 집에서 꼼지락 하고 정적으로 놀다가
친구집에 갈수 있을것 같아 부랴부랴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나선지 3분만에 파토가 났다.
들뜬 첫째 때문에 바로 차에서 내릴 수 없어서
친정집이라도 가보자 하고 연락하며 출발.
친정집에 연락해보니 오늘 시간이 안된단다…
어쩌지…. 애는 들떴고, 갈곳은 없고.
애는 다 씻기고 내복만 입혔고,
둘째는 곧 수유 시간이고 조금씩 징징 하기 시작했고..
분유만 챙기고 물도 없다.
교회에 가려고 해도 수유가 불가능해서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 큰애가 차에서 잠이들어버렸다.
전쟁은 여기서 시작.

징징 거리는 둘째를 일단 안고, 한손에 가방을 들고
큰애를 깨웠다. 못일어난다. 그래도 안전벨트 푸르고 일어나자~ 하며 길 위에 세워보니 비틀비틀.
비틀거리고 눈도 못떠 안아달라고 하는 애를
겨우겨우 손잡고 다리에 매달려 집까지 데려왔다.

‘왜 다시 집이야? 여기 아니야!!’
집앞에 도착한 첫째가 상황파악을 하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도어락 문을 열어도, 문을 못열게 막아서고는 여기는 들어가면 절대 안된단다. 울먹 울먹.

‘집에가서 옷 갈아입고 그럼 놀이터 가자’
‘아니야 아니야!’
잠도 덜잤고 덜 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것도 열받고
차에서 잠들면 언제나 안아서 데리고 오던 엄마가
오늘은 동생을 안아주고 자기는 못안아준
그 모든게 서러움으로 폭발해 생떼를 시작한다.

그 사이 둘째는 밥때가 다 되어 점점 더 신호를 보낸다.

엄마는 들어가야해.
동주도 들어가자.

하고 힘으로 겨우 문을 열어 들어왔다.
일단 작은애를 어디 눕혀놓고
현관에서 눈물이 꽉찬 첫째를 안고 들어왔다.


아이를 안은 채 소파에 앉아서 마음을 읽어주려 했다.
이래서 속상하구나,
이래서 맘이 아프구나, ..
20여분이 지나도록 아이를 안아주니
저쪽 둘째는 아까부터 대성 통곡중. 거의 토하기 직전 울음이다. 더이상 안될 것 같아서
큰아이에게 이제
‘엄마가 동유 밥을 먹이고,
우리 다같이 밖에 나가자.’
고 제안 했지만 절대 안된단다.

동생 밥주지 말라고..
울게 내버려 두라고…
또 다시 생떼..
그렇게 또 실갱이를 하다가 말이 도저히 안통해서
아이를 내려놓으며
엄마가 지금까지 동주 안아줫으니까
이번엔 동유 차례야 했더니
애가 자지러진다….
거의 3년 키우며 그런 울음을 처음 보는 수준이었다. ㅜㅜ

작은애도 울고.
큰애도 울고..
나도 울고싶다…


일단 분유를 타고 둘째를 안았다.
큰애에게 다시 설명..
너무 속상하겠지만, 동유는 아기니까 밥을 먹여줘야 한다고.. 겨우겨우 달래주고 수유를 시작했다.
잘 먹이는데 내 실수로 젖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걸보더니 깔깔깔 웃던 첫째가
다시 집어든 젖병을 던지려고 한다.;;

- 안돼, 동유꺼 밥을 던지는건 안돼.
- 돼!
- 아니야, 나쁜 행동이야..
- 돼!

답도 없는 애 랑 또 실갱이를 하는데
아이는 고집을 부리며 말을 하다 감정이 격해져
동생을 때리고 말았다.

참았던 욱이 솟아나서 아이에게 대고 고함이 나왔다.
깜짝 놀란 아이. ㅜㅜ
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저녁을 잘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들시간.
둘째를 안아 겨우 재워놓고 자리에 눕혔다.
나도, 동주도 나란히 누웠다.

글로 쓰기 어려운 사소한 욱함과 갈등이 낮에 더 많았어서 거의 번아웃 상태로 이대로 마무리가 되어주기를 바랐지만..

오늘 하루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된 시간을 보낸게 부족한 첫째가 장난을 걸어온다. 이럴땐 꼭 평소에 하지 말라고 했던, 엄마가 싫어하는 행동을 그렇게 해댄다.

고요해진 방, 나도 거의 잠이 들기 직전 비몽 사몽중에 동주 손가락이 내 콧구멍을 찌른다.

제발…..
- 그만 하고 자자, 동주야.

하는데 들을리 없지…
무한 반복 놀이와 둘째 깰까봐 노심초사 하는 내 맘이 엉켜 실갱이가 시작됐다.
그마저도 재밌는 아이.
큰 소리로 웃어대며 계속 장난을 치다가 결국 둘째가 놀라 깨고 말았다.
놀라며 깨서 또 얘는 대성통곡…
둘째를 안아주려고 하자 못안게 한다.
안지도 못하게 하고 머리를 때린다.
물론 실수였지만 둘째는 또 더난리가 났다.


또 내 안의 괴물이 나왔다.
이번엔 너무 쎈 괴물이 나와서 애가 놀라 멈췄다.
내 맘이 진정 되지 않아
거기에 대고 몇마디 또 쏴버렸다.
이미 번아웃. 속에서 눈물이 흐른다 ㅜ

사랑해,
엄마가 동주 동유 많이 사랑해!
엄마가 기도 해줄게!
하는 평안하고 고요한 하루의 마무리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일까.

둘째를 다시 재워 눕히고
애착이불에 의존해 누워있는 큰 애를 안아주며
마음을 만져주고 싶었다.

잘 모르겠다.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건지
우리 아이들은 상처 없이 오늘을 기억해 줄 수 있을지.


-
너무 힘들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충 상황을 말했는데 들렸던 대답에 공감이 전혀 안되는 말투였다.

이건 나 혼자만의 싸움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 육아가 너무나도 외롭다.
누구도 모르고 지나가는
내 삶에 몇 없는 화가나는 번아웃 상태..
다시 찬찬히 되돌아 보면
그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하며 위로 할수 있을까

그런 기대로 적어보는.
최악의 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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